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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COMPROMIZE
아트노이드178 기획전
2024.01.09 - 2024.01.31
아트노이드 178,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 6길 8-5 B1
김형주, 민지훈, 설수안, 양소정, 이은미, 정희정, 조인한
Introduction

 우리는 끊임없이 만나는 우연 속에서 변화에 적응하고, 모든 것을 조율하고 절충하고 양보하며 살아간다. 세상은 생각보다 각박하다. 매 순간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협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수없이 도래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런 논리는 끝없이 소비를 자극하는 자본주의에서 더 두드러진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다 바꾸고, 변화하라는 강박이 지배한다. 요즈음 탄산음료 브랜드들의 마케팅을 보면 그런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건강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설탕’을 제로로 낮추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설탕의 달콤함과 탄산의 톡 쏘는 맛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던 탄산음료들은 제로를 붙이고 거침없이 설탕을 빼고 단맛을 내는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설탕만큼 달콤하고, 원래의 맛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내세운 새로운 케치프레이즈는 ‘제로덴티티’(zero-identity)’이다. 다 빼도 여전히 콜라의 정체성은 유지된다는 말일까. 정말 근간이 되는 것이 사라지고, 유사한 것으로 대체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다면 오리지널리티는 유지되는 것일까.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절충하고 타협하면서 주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세대를 이어 존속 가능한 개체가 되어가는 것이 진화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나’라는 개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른 무엇과 겹치지 않고 ‘나다움’을 드러내는 무언가는 남아 있어야 한다. 이처럼 ‘그것’이 없다면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그것’이 분명 있지 않을까. 이번 전시에서 다루고자 하는 “zero compromize”는 일체의 타협없이(zero) 작가 개개인이 ‘나다움’으로 드러내고 있는 ‘그 무엇’, ‘그런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물음이다. 모든 것을 다 타협하고, 내버릴지라도, 그래도 마지막까지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니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작가들에게 물었다. 자신의 작업, 삶을 살아가는 모든 선택,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나를 둘러싼 다른 존재들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자신이 스스로 정한 ‘타협하고 싶지 않은’, 혹은 결과적으로 ‘타협되지 않는’ 것에 대해 7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려는 ‘타협할 수 없는 것’은 자신과 상대가 적이 되거나, 상대 틀리고 내가 옳다는 식의 흑백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자신을 속이거나 기만하지 않는 가장 내밀한 밑바닥에 있는 작고 단단한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각자의 삶에서 시작된 선택의 문제이다. 수많은 생명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에, 또 복잡하고 힘든 작업 과정에서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것들이 존재한다. 또 작가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삶에서 여전히 타협하지 않고자 하는 것을 작품에 담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수많은 삶의 선택 속에서 zero compromize한 당신의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기획 박겸숙 /아트노이드178 대표)